공무원 생활을 하다 이렇게 계속 말단 공무원 생활을 하기 보다 좀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81년도에 경남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또래보다 2년 늦은 입학이었다. 입학하고 한학기 있다가 군대를 가서 최전방인 25사단에서 32개월간 현역병으로 복무를 하고 84년 2학기에 복학을 했다.
이후 학생운동에 적극 참여하였다. 운동권 동아리에 가입하여 군사정권에 대한 반대운동을 지속하다 1986년에는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당시 감옥에서 고문과 폭력을 당하고 독방생활을 한 4,5개월을 했다. 당시 어찌나 구타를 하던지... 한놈이 패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패는데 안죽을 만큼만 팼는데 그것이 작전이었다. 누가 가해자인줄 알지 못하게 하려는 수법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내가 북한과 연결되었는지 김대중과 연계되었는지를 집요하게 몰아붙였고 자백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나는 사실대로 그런 것 전혀 없으며 전두환 군사정권이 잘못이라 생각했기에 자발적으로 데모를 한 것이지 누구의 사주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답변을 하였다. 고문과 구타에도 불구하고 나는 굴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 달 후, 전두환 정권이 유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결국 그들도 국가보안법을 걸지 못하고 집시법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받고 출소하게 되었다.
감옥에도 갔다왔지만 나의 민주주의를 향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나를 변호했던 인권 변호인들 중에는 훗날 대통령이 될 노무현과 문재인도 있었다. 출소 후에도 나는 민주화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1987년,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나는 민주화 진영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내가 복학하고 학생운동을 계속하는데 학과 사무실로 전화가 계속왔다. 이에 학과 조교가 중요한 전화니 한번 받으라고 한 것이다. 전화를 받아보니 YS 조직 책임자였던 홍사덕 의원이었다. 당시 40대 초반 정도였던 홍사덕 의원이 나를 찾아왔는데 경남대에서는 한명철을 잡아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연락을 한 것이다.
당시 캠프에서 대학마다 리더십을 갖고 활동을 해 온 이들에 대해 포섭을 하는 과정속에 경남대에서는 내가 주목을 받은 것이다. 통화 후에 마산의 학성동 터미널 앞 다방에서 미팅을 했다. 홍의원이 나에게 “한동지, 자네 얘기 많이 들었네. 나와 같이 YS 대통령 한번 만들어 보세.”라고 권유하였다. 그렇게 김영삼 캠프에 합류할 것을 제안했지만, 나는 "광주 영령들의 한이 풀어졌습니까?"라며 단호히 거절했다. 당시 20대 후반에 고향도 경남 하동이고 지역에서는 99% YS가 대통령이 되는 분위기였다. 내가 그때 YS를 지지했다면 내 인생이 180도 달라졌을 것이다.
이후 부산에서 이흥록 변호사를 찾아갔다. 변호사 사무실이 서면에서 동래 넘어가는 곳에 있었다. 당시 DJ 사조직이 있었는데 광역시도마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경남, 경북 등에 김대중 대통령의 비공식 조직인 'ㅇ(민헌연)'이 있었다. 이에 민헌연 경남지부를 소개해 주었고 간사로 활동하며, 김대중을 지지하는 조직을 확대해 나갔다.
당시 민헌련 경남지부는 70년대 부터 김대중을 지지했던 분들이었다. 87년 이전에는 영호남 지역감정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영남에서도 김대중을 지지하던 분들이 적지 않았다. 70년대부터 DJ를 지지했으니 그 인연으로 계속 지지하였던 분들이라 대부분 4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971년 대선에서 야당인 신민당 후보로 출마하여 45%의 득표를 하였으니 남부지방에서 DJ의 지지도는 매우 강력한 것이었다. 40대 기수였던 YS, DJ가 신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고 결선투표에서 DJ가 승리하였다. 그리고 경선에서 패배한 YS도 결과에 승복하고 영남권을 돌면서 DJ 선고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기에 영호남이 아닌 독재정권과 민주화의 대결로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1987년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부산, 경남은 YS로 광주, 전남은 DJ로 갈라져 있었기에 젊은 세대는 영호남으로 갈라져 각각 YS와 DJ를 지지하였다. 당시 경남대학교에서도 90%는 YS를 지지하고 10% 미만이 백기완을 지지했고 김대중을 지지한 것은 나 이외에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학교에서도 내 포지션이 매우 특이했기에 다른 사람들도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